2017년 11월 6일 월요일

윤동희 <중첩된 간극> 2017 평문

피부, 은폐, 가시화 _윤동희 <중첩된 간극> 2017 평문
 
 
 
최 윤 정 독립큐레이터, 미술비평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아 보이는 겹들에 대해 작가는 시간의 피부를 떠올렸다. 실현해야 할 시대적 가치들을 향한 시간은 우리의 뒤에서 과거를 향해 돌아선 시간에 의해 대체된다. 이것은 형태들의 변형으로 가시화되며, 중첩되어 구조된 오랜 건축의 파사드들 속에서 발견되는 장면들이다. 원래 파사드는 건물의 정면으로 그 건물을 체험하는 사람들의 몸 움직임은 물론 건물에 대한 태도까지도 결정하도록 일조한다는 건축의 사회구조적 문화사의 한 단면으로 다뤄진다. 근현대 건축물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북성로(대구 중구)에서 일제 강점기 때부터 경제 호황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두고 파사드 위에 파사드, 또 그 위에 파사드를 중첩해놓은 희안한 증거물들은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시간의 때가 고스란히 간직된 허름한 건물의 외피를 가리는 도구적이고 기능적인 겹들을 그 기능을 충분히 추정하고도 남을 만큼 노골적이다. 파사드는 건물에 단순히 종속되어 있기보다 그 표면만을 보고 건물의 쓰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시지각적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영향미치는 외부 환경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작용해야만 하는 역할을, 소통을 이 건물의 얼굴이 있어야 할 궁극목적으로 삼는다. 물론 작가는 파사드 구조 자체에 대한 탐구에만 몰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대를 상징하는 각각의 겹들과 형태가 작가에게 투척하는 질문을 수용하고, 건물의 뒤편이 보내는 은폐된 메시지를 포착하는데 집중한다. 또한 건물과 함께 시간성을 직접적으로 닿게 하는 표면과 메시지들에 대해 특유의 냉소적인 감성으로 풀어놓은-언제나 그랬듯- 해석들이 과거의 작업들과 비교하며 보기에도 대단히 흥미롭다. 그가 예술을 예술로서 식별하는 가시성과 담론성이 늘 자신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기에, 그렇기에 시각예술 안에서 주제에 대한 접근방식과 리서치-정치 및 역사, 사회적 비극과 실천에 대한 고민들-를 특유의 감성과 비판적 관점으로 이끌어가는 각 지점들이 공허하지 않았음을 지켜봐왔다.
 
 
 온갖 욕망들이 충돌하는 근현대사 속에서 그 비극이 파사드에 닿는 지점과 바로 기념되지 못한 삶(일상)의 장면들을 애도하듯 자본과 역사에 대한 폐부를 찌르는, 장면들이 펼쳐지는 장소는 과거 한 세기 동안 은행 건물로 쓰였던 곳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총 5개의 섹션을 통해, 자신의 주제와 장소적 해석을 적절히 결합한다. 작가적 고민을 위한 리서치들을 시발점으로 담은 입구에서부터, 장소적 특성과 비판적 문맥들을 결합한 작품들, 또한 파사드의 피부와 시간성이 결합되어 흐르는 영상작업 등 그리고 가야할 바를 놓친 욕망의 향방을 보여주는 설치작업 등이 소개된다. 반복적으로 서로를 가리는 형태들이, 중첩된 파사드-애초 소통의 기능을 갖는다 할지라도-는 결국 소통되지 못한 시대 혹은 세태를 가리킨다. 현재까지도 종속되어 버린, 괴물같은 개발사회의 비극이다. 서로 진득한 덩어리들은 그렇기에 은폐된 구조와 대체됨의 형식에 의하여 간극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이 표현은 무엇보다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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