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와 함께 ‘Let's play!’
최 윤 정 ● 매개공간 미나里 큐레이터
‘논다’를 청유형으로 바꾼 ‘놀자’, 것도 ‘우리 모두 함께’ 즐겁게 ‘놉시다’. 매개공간 미나리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놀자’라는 표현만큼 쉽게 읽히고 잘 어울리는 것도 없겠다 싶다.
공간을 방문한 많은 분들이 오만가지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면 ‘기대에 넘친’, ‘정말 뭔가를 모르는’, 혹은 ‘의구심을 잔뜩 안은’ 표정들을 지니고 공간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는 한다. 그 수많은 표정들을 지니고 질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묻는 말은 이렇다. “매개공간 미나里가 뭐여요?” 그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뭐하는 곳이에요?” 그나마 공간에 대한 성격을 가시적으로나마 전시공간이라고 판단하신 분들께서는 더 나아가 “제가 조만간 전시할 공간을 찾는데...”등으로 다음 의견들을 묻고는 한다. ‘공간을 대여해주는 것이냐’, ‘공짜로 전시할 수 있는 곳이냐’ 등등. 여하간 그 어느 질문을 듣더라도 답변은 결국 공간이 생겨난 배경에서부터 그래서 이 공간이 자임하고자 하는 부분들을 설파한 후,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매개공간 미나里’는 축약하여 공식적으로는 ‘매미’, 영문으로는 발음대로 ‘Memispace’로 불린다. 보통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과 유성음의 발음이 긴한 산뜻함을 주는 관계로 ‘미나리’로도 많이 불리고 있다. 매개공간은 기존의 대안공간이 미술관 및 화랑에서 전시할 수 없었던 작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해주는 의미를 넘어서서, 미술만이 아닌 공연 및 타예술 장르를 접목시키고 예술인들 사이의 교류를 꾀하려는 의미에서 지어진 명칭이다. 또한 장소적으로 재래시장 쪽에 위치하게끔 한 이유 역시도 매개공간의 역할이 생활과 예술이 보다 친밀해질 수 있게끔 서로 연결하고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또한 여기서 ‘里’는 곳곳에 매미의 바람처럼 많은 문화적 공간과 인프라가, 또한 향유자들이 늘어 예술로 행복해지는 장소, 지점, 곳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나름의 공간 주소임을 함축한다.
‘놀자’는 너무 가벼운 단어로 오인 받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가 얼마나 ‘못’ 놀고 사는가를 언제나 다시금 돌이켜 보게끔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아마도 이 표현 속에는 ‘제발 같이’ 혹은 ‘가능한 부디 같이’라는 의미로 현 지역의 예술계에 정작 필요한 호소도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를 매개공간 미나里가 대외적으로 제안하고자 하는 문맥들을 전부 포함하는 단어로 우기려는 이상, 다음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 매미 공간을 소개하는 데에 유효할 것이다.
매미가 ‘함께 놀자’ 하는 이유가 뭘까?
5월 25일 개관한 이래, 매미 프로그램 진행의 빈도수는 꽤 높은 편이었다. 작가들의 자발적인 공간해석을 주제로 하여 1부의 영역표시전과 총 3부 형식으로 마련한 릴레이전은 다소 빠른 호흡으로 열흘마다 교체되면서 현재까지 공간을 채워왔다. 그리고 예술인들 사이의 담화를 위한 ‘만말토크쇼’가 주제를 바꿔가면서 현재까지 총 3회가 진행되어왔다. 그리고 물적교환의 장소로서의 재래시장이라기보다는 감정의 교류, 정보교환의 장소로서의 맥락을 강조하며 지역예술계에 즐거운 바람을 불어넣어보자 기획된 ‘매미시장’이 현재까지 2회 진행되었다. 개관전이 종료되는 7월3일을 기점으로 하여 매미는 현재까지 진행된 각 프로그램들을 평가하면서 부분 수정 보완의 절차를 거쳐 보다 탄탄한 프로그램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개관한지 한 달을 조금 넘은 이때에 왜 이렇게까지 숨 가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실상 매미식구들에게도 하나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강박관념으로 인한 것인지, 혹은 사명감인지, 그 어느 경우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는 분명히 곱씹어볼 차례인 것이다.
이곳은 지역 안에서 대안적인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온 지역 예술인들이 힘을 합쳐 꾸려진 자생적인 공간인 것만큼은 분명 확실하다. 현재까지도 그 일원들이 운영위원으로 역할하면서 계속해서 공간의 정체성과 건강함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자생성’을 꼽고 있다. 아마도 공간 운영위원의 모임 회수가 대단히 빈번한 것은 이제 생겨났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매미가 계속해서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게끔 여러 문제들을 고민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적 합의가 있으므로 가능할 것이다. 논의 초기에서부터 이 같은 대안적인 공간의 필요성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지역예술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작금의 지역예술인들 사이의 벽들을 허무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군다나 사심이 개입할 수 없는 공간이자 ‘사랑방’ 개념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왔고, 현재는 이를 안고 구체적으로는 예술인들의 작업에도 일조할 수 있는 질적으로 만족스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 공간으로 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들어선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역할할 수 있는 몇 가지들을 실행하고 수정하면서 완성시켜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고, 더불어 행여나 기획에 파묻혀 이 공간이 지닌 애초의 바람이었던 ‘사랑방’ 역할을 놓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자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공간의 한 기준이 된다.
뭐하고 놀지?
500명 가까이 되는 분들이 다녀가신 첫 번째 매미시장에서 그 뒷정리는 보통일이 아니었다.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하는 가운데, 한 동네 어르신이 봉지를 들고 쓰레기 줍는 것을 도와주신 일에서 감동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는 그 한 분이 여러 분들로 확산될 수 있게끔 그들에게 다가가는 프로그램 계발에도 게을리 하지 말자는 결의도 매미의 한 축이 되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공간에 들르시지는 않았지만, 매미가 다양한 형식으로 공간의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긴 호흡으로 펼쳐보이는 장소라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인식되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생산되는 많은 것들은 고스란히 참여자들과 더 나아가 지역 예술계가 건강하게 설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밑거름으로 역할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 내에서 이뤄지는 기획 프로그램들 외에 매미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로 한달에 한번씩 진행되는 행사로 지속시켜갈 예정이다.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꾸려지면서 이에 동조하는 많은 분들이 또한 직접 좌판을 열고 참여할 수 있는 아트마켓 부분, 더불어 앞으로 전문성을 가지면서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업을 알릴 수 있는 자리도 될 수 있고 소박한 잔치의 모양을 갖추어 흥겹게 놀 수 있는 자리도 될 수 있으며, 더운 날 그나마 선선한 밤에 작가들의 슬라이드 쇼나 영화제 등을 경험할 수 있는 무대 프로그램은 적어도 매달 바람 쐬고 싶을 때, 삶에 다른 활력을 주고 싶을 때 그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들러 즐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야외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은 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매미 공간 내부는 창고로 쓰여졌던 과거 기억들을 군데군데 담아놓은 장소이다. 기존의 화이트 큐브가 아닌, 그렇기에 그 누구나 재밌다고 여겨질 수 있는 매미공간은 또한 기존에 무거우나 형식적이고 가벼운 얘기들만이 속출했던 모습을 벗어나 가벼운 형식 안에서 깊고 솔직한 얘기가 오갈 수 있게끔 하는 프로그램 계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것이 ‘만말토크쇼’이건, 각 주제를 잡은 ‘교육워크숍’이건 이를 관람하고 비판적으로 조언해줄 수 있는 창구는 그 누구에게나 열려져 있다. 매미의 운영방식과 더불어 자율적인 기획들이 애초부터 이러한 맥락들을 짚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매미는 그 누구에게라도 ‘우리 함께 놀자’고 손을 내밀 것이다. 그 손을 ‘좀 잡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좀 전 다소 강한 단어로 언급한 ‘강박관념’이나 ‘사명감’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분명 형태상 초조한 마음이지만, 더불어 동시에 친구를 사귀고자 할 때의 마음가짐과 근원적으로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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