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화의 작업은 개인적인 모티브가 강하게 배어있으면서 동시에 대단히 관계적이다. 우리가 세상에 많은 작품들을 문학적으로 비유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의 작품은 분명 ‘수필’이다. 주로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거기에서 특히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몸소 실천해보이기 힘든 것들' 혹은 늘상 누구고 귀찮아했을 수 있었던 부분들을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숨에 맞추어 한 장면 한 장면 이어 나간다. 그의 가장 커다란 관심사는 자기 일상 속에서 작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자기 진정성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본 전시에 소개될 미디어 퍼포먼스인 <부모님께>와 <효도 프로젝트>는 이러한 맥락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졸업에 임박한 작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님, 작가는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혹은 설득하기 위해서 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가 생존의 문턱에서 스스로 작가로서의 삶을 택한 이상, 부모님께 이를 표명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란색, 그 색의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자기의지를 확인하고 부르짖는 일뿐이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저.. 계속 작/업/하/고 싶어요”
애잔하면서도 익살스런 감정을 이끌어낸 이 작품은 이제 본격적으로 ‘효도프로젝트’로 발전한다.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직업 즉 작가라는 본업에 충실하여 부모님을 감동시킬 수 있는 실천을 해 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부모님께는 세상에서 더 없는 기쁨을 선사하는 순간이자, 작가에게는 부모님에 대한 끈끈한 애정을 아로새기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의 기록은 소소하나 마음이 충만해지는 행복이며, 부모님이 사시는 바로 그 곳, 그들의 일상을 감싸고 보호하고 있는 그 장소 벽에 예쁜 ‘바다’를 그려 넣는 일이다. 그리고 나서 작가는 이윽고 자신의 드로잉을 스스로가 재현한 바다에 투영한다. 한 마리의 복어를 연상케 하는 이 마지막 장면은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부모님이 뿌듯해 마지않아 주고 받을 지도 모를 몇 마디의 말들을 상상하게 한다.
이 벽화작업의 관전 포인트라 한다면, 마침 그 길을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과 꼬마 아이들이 보이는 관심이며 그들이 우연적으로 작업에 참여하기도 하는 모습에 있다. 그야말로 뜬금 없지만 낯설지 않은 그리고 유쾌하면서 동시에 잔잔하기까지 한, 언젠가 해 보일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늘 서먹했던 우리들의 일상. 손승화는 그것을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하나의 실천으로 치러낸다. 것도 대단히 능청스럽게 한편 아주 사랑스럽게... ■ cHOiYOonC
2007년 4월 13일 부터 29일까지 아르코 미술관에서 진행된 '유미러스유머러스전' 도록에 실린 비평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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