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숨쉬기를 통한 지역예술과 재래시장의 상생
-광주광역시 대인시장에서 행해지는 예술프로젝트에 주목하다
최윤정 ● 미학/ 미술비평
지난 2008광주비엔날레에서 주 전시가 아닌 보조 전 형식으로 진행된 ‘복덕방 프로젝트’의 파장은 오히려 주 전시보다 더욱 주목을 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복덕방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물적교환의 장소이자, 또한 정보교류의 역할을 했던 ‘복덕방’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다. 이것이 예술프로젝트로 진행되었을 때, 그 주요 핵심은 다음과 같다. 예술가의 창작노동이 자폐적인 작업실 구조가 아닌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그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면서 정적인 가치로서 그 교환가능성을 실현해 보일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고, 중앙에 비해 지역 예술이 그렇듯, 도시 속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도심공동화와 현대적인 시설의 대형마트들이 곳곳에 생기면서 점차 그 활력을 잃어가는 ‘재래시장’이 이 프로젝트의 실행에 있어 장소성(site-specific)이라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7회에 걸친 국제적인 비엔날레 행사가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 지역예술계는 큰 탄력을 받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한편 최근 시장 상인들의 협력과 지역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하여 ‘복덕방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국제적인 행사에만 골몰하던 광주시 역시도 이 프로젝트의 가능태를 살피면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 예정이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대인시장은 입구 쪽 회센터를 제외하고 한 낮에도 손님이 거의 드나들지 않았고, 눈에 띌 정도로 많은 빈 점포들은 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켰다.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각종 현대화사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전혀 없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였다. 뭔가 대안을 찾고 있던 시장 상인들에게, 빈 점포를 예술가의 작업실로 혹은 전시실로 바꿔보고자 하는 프로젝트 팀의 아이디어는 어찌 보면 대단한 활력소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적극적인 시장 상인들의 호응 하에 예술가들이 시장 곳곳을 점유하며 채워나가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특히 그래피티 작가 구헌주가 빈 점포 셔터에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이 셔터를 여는 장면을 스프레이로 완성한 작업은, 이미 복덕방 프로젝트가 오픈하기도 전 인터넷 곳곳을 장식하는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비엔날레가 끝난 후, 복덕방 프로젝트는 관의 지원을 받고 또한 ‘매개공간 미나里’ 라는 지역 대안공간의 프로그램으로 다시금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그 파장 속에서 미술인 뿐 아니라 VJ, 공연가, 문학인, 지역 대안언론, NGO단체들까지도 문화활동의 실험장으로서 대인시장을 바라보고 이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많은 지역민들이 오가고, 또한 타 지역에서 방문한 관심있는 사람들과 혹은 이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타지역 관계자들이 연이어 오가면서, 국밥집 외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없었던 대인시장에 저렴한 분식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 사람들의 작은 바자회로 간혹 비정기적으로 열렸던 ‘풍물시장’이 지금은 하루도 쉬지 않는 ‘벼룩시장’으로 점차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 누구도 그것이 지역에 또한 타 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대단히 회의적이었고, 또한 지역에서의 예술 활동이기에 주목받을 리 없다고 비난하기조차 하는 일들이 아주 빈번했다. 그러나 ‘문화예술을 통한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에 맞물려 그것이 성공한 사례가 거의 드문 탓에 지금 대인시장은 개발정책으로만 일관하는 현 정세에 예술과 문화의 숨결이 그보다 더한 가치를 생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은 상징적 장소가 되었다. 예술가는 시장 상인들과 언제서 부터인가 이웃이 되었고, 시장 상인들은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을 자신의 일터에서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향유하고 또한 예술활동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현장예술 활동에 대한 무수한 가능성들을 바라보게 된다. 또한 어느 지역을 가나 그 지역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을 방문하고는 한다. 간혹 그리도 커보였던 안성 중앙시장과 바로 집 앞에서 치러지는 5일장의 최근 모습을 떠올리면서 애잔함을 느낄 때가 있다. 더욱이 안성 역시도 최근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생기면서 재래시장이 장사가 잘 안 될 것이라든지, 혹은 장사가 안 되서 걱정이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을 때도 있다. 서울과 근접해서인지, 혹은 예술대의 역할 때문인지 안성에는 예술가의 작업실이 많은 편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예술은 항상 문제적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이 사회적인 것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오히려 불안한 시기나 혹은 부조리한 현상에서 예술은 항상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그에 걸맞는 공적인 기여를 한다. 비단 전통적인 문화의 장이나 축제 등으로 ‘문화예술의 도시’를 언급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문화예술’이라는 용어가 더욱 적합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해 사려하는 범위가 훨씬 더 넓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광주의 ‘대인시장’ 사례를 안성 지역민들 및 관계자, 예술가 역시도 보다 관심있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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