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7일 일요일

광주발전연구원 기고(논문집9호) : 문맥적 사유_창조적 뒤집기

'문맥적 사유 | 창조적 뒤집기'

구도심 유휴공간 재생과 창조도시를 위한 기본 토대 제언



최윤정 ● 미학・미술비평/큐레이터



I. 유휴공간 활용에 대한 사례적 접근


문화예술활동을 기본으로 한 도심 재생의 활력은 일차적으로 '유휴공간' 자체에 대한 재생 목적과, 프로그램을 위한 필연성을 목적으로 '유휴공간'을 활용하게 되는 사례로 나눠볼 수 있다. 주로 전자는 국립기관 주도하에 진행된 사례들로서 문화예술 복지 및 도시환경 이미지에 준거한 접근이며, 후자는 자생적인 필요에 의해 프로그램 기획 거점공간으로서 접근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1. 기관 주도 : 근대적 공간의 창작스튜디오化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근대적 공간(학교, 공장, 전통수공업, 전통기반 생산시설)이 그 사용처를 잃고 비어있는 골칫덩이로 전락하였지만,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문화', '예술' 활동이 그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을 넘어 소용적인 측면에서 재생의 활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면서, 기관주도형의 문화공간화 사례가 전국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90년대 후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도로 충청도와 인천 등 폐교가 '미술창작소'로 조성되면서 시각예술인들에게 공간지원을 한 것과 더불어 이를 기점으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폐교를 활용한 창작스튜디오(약 30여군데)가 조성되었다. 더불어 인근 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생활 친화적 복합문화공간 사업 및 소외지역 공공미술 사업(아트인시티 2006~2007)이 환경개선을 주제로 연이어 이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대전창작센터(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2008), 인천시 아트플랫폼(근대 개항기 일본우선주식회사, 2009), 경기창작센터(경기도립직업전문학교, 2009)등 소용처가 사라진 근대건물들이 기관주도로 리모델링되어 창작스튜디오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권 내에서 보자면 서울연극센터(혜화동사무소, 2008), 남산창작센터(남산실내체육관, 2009), 서교예술실험센터(서교동사무소, 2009), 신당창작아케이드(황학동 지하상가, 2009), 연희문학창작촌(시사편찬위원회, 2009),금천예술공장(독산동 인쇄공장, 2009), 문래예술공장(문래동 철공소, 2010)가 기관주도형으로 지어지면서, 창작스튜디오가 유휴공간 활용에 대한 대안으로서 공고해지는 듯하다. 현재 대구문화창조발전소(연초제조창), 포천 폐 채석장을 이용한 문화예술교육센터 건립, 군산, 신안, 안산, 목포 등에 이르기까지 근대 건물 리모델링을 통한 창작센터, 전시공간에 대한 건립계획은 그야말로 창작스튜디오 및 문화공간의 범 전국시대를 상상하게 한다.


2. 민간 주도 : 프로그램 접근을 통한 자생적인 발화


실제 폐교를 활용하여 창작센터로 역할하게 했던 시기에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실질적으로 운영난과 접근성의 애매모호함, 전문운영인력이 부재하고 이에 따라 창작센터로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만한 기본적인 요건이 실질적으로 따라주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 혹은 예술가 단체 스스로 작업실 환경 구성 및 예술공동체로서 폐교를 우선적으로 활용하게 된 경우에 그들의 의지와 자생성은 폐교 창작스튜디오를 이끄는 주요한 힘으로 작용하였다. 이곳들은 90년대에서부터 꾸준히 공간을 점유하고 유지하면서 스튜디오로서만이 아닌, 지역 공공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담당을 톡톡히 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유사하게 광주 인근 담양예술인촌이나 무안예술인촌 등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더불어 자생성 및 전문 프로그램 기획 및 토대 마련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곳은 바로 각 지역의 '대안공간들'이다. 예술가 모임 및 대안적인 전시기획, 작가발굴 및 예술활동에 대한 담론생산을 목적으로 각 지역 대안공간들이 도심권에 자생적으로 생겨나되,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지역, 유휴공간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가치 없는' 위기에 빠져있던 공간들을 문화공간화 시켰던 요소들도 자연스레 구도심 활성화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각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90년대 후반 서울의 루프, 풀, 사루비아 다방을 중심으로 대안공간의 역할로서 보편화된 전시지원 및 신진작가 발굴 견지에서 활동해왔고, 부산의 '오픈스페이스 배(OpenSpace Bae)'는 배 과수원 한복판에 위치하며 해외레지던스 프로그램 및 해외교류 공연을 유치하고 있다. 부산의 '대안공간 반디'는 광안리 해수욕장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한 곳으로, 작가 발굴 외 예술의 의제를 담는 'BeArt' 비평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인천 스페이스빔은 지역 커뮤니티 및 지역 마을 연구와 아카이브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안양 석수시장 프로젝트(스톤앤워터)는 전국 최초로 전통시장의 유휴공간을 문화예술 활동에 자생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공공미술 프로젝트 및 스튜디오 시스템을 특화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지역 커뮤니티 아트 내지는 다원예술 및 혼성장르를 지향하는 매개공간으로서 '3세대'라 불리는 대안공간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다문화의 상징으로 자리하는 안산 원곡동에 위치한 'Community Space LITMUS'는 이주노동자들과의 소통, 예술활동을 통한 교육 및 해외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공간이 위치한 '동네'의 장소적인 특성을 살려 운영되고 있다. 광주에는 과거 물류창고를 활용한 '매개공간 미나리(MEMISPACE)'가 있다. 전통시장의 인접성 및 장소성을 통하여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지역의 자폐적이고 권위적일 수 있는 예술창작 현장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현장예술활동으로 변모시킨 사례이며, 비평과 담론,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특화하고 있다. 또한 유사한 시기 부산에 마련된 '아지트(AGIT)'는 거리예술가들의 활동단체인 '재미난 복수'를 기점으로 하여 서브컬쳐로서 'Street Art' 및 인디문화 창작자들의 거점장소로 활용됨과 동시에, 거리예술 활성화를 위한 각종 워크숍 활동들을 특기로 한다. 그리고 다원예술매개공간 톡톡은 청주복합문화체험장 내, 아시아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특화로 하고 있는 'HIVE CAMP'의 안덕벌 주민 소통 및 교육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창구로서 자리한다.


또한 서울의 '오프도시(OFF∘C)'는 미디어 아티스트 단체인 'Underground ArtChannel'의 오프라인 공간이면서 각종 퍼포먼스 및 전문적이고 아방가르드적인 미디어 스크리닝 쇼를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삼아 지역 간 교류 활동에 힘을 쓰고 있다. 또한 관련해서 최근 돈키호테(순천), 알렙(목포), 미테(광주) 등 신생공간들이 지역성 및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여 생겨났는데, 전반적으로 이들은 자생적인 환경구축과 지역의 예술활동을 넘어, 지역간 네트워크 및 작가교류, 지역성과 장소성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자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 사례_ 유휴공간 활용과 자생적 활로>

1) 일본 오사카 코노하나(仳花)

오사카 변두리에 위치하며, 건물 바로 옆으로 바다가 있다. 과거 물류창고로 활용되었던 야트막한 함석 건물에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대안공간들이 오롯이 위치하고 있는데, 임대료부터 시작해서 살인적인 물가에 시달리는 오사카 예술가들에게 이곳은 전시장소를 위한 새로운 대안, 부담 없는 임대료, 예술가 스스로 공간을 변형해도 되는 정도로 자율성이 확보된 곳으로 최근 간사이 지역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고 있는 장소이다. (2010)


2) 태국 방콕 '짜투착 시장'

태국 방콕의 짜투착 시장은 나름 알려져 있는 곳이다. 예술가들이, 자생적인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되는 낮시장인 '짜투착 시장'에, 마치 점포처럼 개인 갤러리 및 스튜디오를 두고 소비자와 직거래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며, 실제 작품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젊은 실험예술가에서부터 원로 예술가들까지 층이 다양하며, 주변 개인 갤러리를 에워싸고 수공예 아트마켓이 동시에 펼쳐진다. 더불어 더위를 피해 쉬러 나온 각 점포 예술가들은 각자 야외에 모여 기타며, 영상작업, 퍼포먼스와 같은 일련의 예술행위에도 상당히 자유로워 보인다(2010)



II. 광주, 구도심 유휴공간 재생


개념적으로 각 사례를 통해 유휴공간 활용에 대한 기관주도/민간주도의 기본틀을 정리하였다. 그렇다면, 광주의 경우 어떠한 사례들이 이에 해당하며, 그 공과는 어떠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유휴공간 활용 뿐만이 아닌 창작스튜디오에 대한 논의도 포함하고자 한다. 유휴공간 활용 및 구도심 활성화에 대한 문맥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공간으로서 '하드웨어' 조성과 구도심 활성화 내지는 유휴공간 재생의 담론을 담고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1) 창작스튜디오로서의 공간 활용 : '하드웨어'


광주에서 공간을 기점으로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례는 여럿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국공립 기관으로서 지속적으로 미래를 담보하며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례가 '광주시립미술관'이 주요하며, 따라서 이에 대해 지역 대내외적으로 중요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더불어 2008년 설립된 '매개공간 미나리'의 경우, 대인시장 내 유휴공간 3층 건물을 임대하여 '매미창작소(MEMI Creation Center)'를 조성하고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기타 아시아문화전당권 사업을 비롯하여 광주 문화특구 조성지에서 창작스튜디오에 대한 건립 논의가 한창이며, 이에 따라 향후 광주시에 유휴공간 활용 및 재건립을 통한 창작스튜디오가 지속적으로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 이 단락에서는 역사적으로 가장 유서가 깊은 광주시립미술관의 창작스튜디오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1997년 광주시립미술관은 중외공원내 팔각정을 창작스튜디오로 조성했고, 양산동 낡은 근로자 아파트 일부를 활용하여 미술창작스튜디오를 추가적으로 2004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또한 지금은 서울 인사동에 전시관을 열어 참여작가들에게 개인전을 지원하고 있고, 북경에도 창작스튜디오를 조성하여 광주작가들을 파견하고 프로모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시기적으로 전국적인 수준으로 보아도 상당히 일찌기 창작스튜디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판단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공간조성에 박차를 가해왔다는 부분에서 지역 자체에서 자부심을 가질만한 요소는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최근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서 작가 프리젠테이션 및 강연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프로그램 질적인 차원에서도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하드웨어적인 확장은 눈에 띄나, 실질적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하게끔 하는 창작스튜디오에서 그 현장의 어려움을 서포트할 수 있는 관리체계 및 직접적으로 공간을 관리하고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및 매니저가 없다는 점이 흠이다. 이에 대한 부재는 현재 광주시립미술관의 창작스튜디오의 발전과 사후 관리 및 명성에서 어려움을 발생시키는 지점이 될 것이다. 현장관리 인력에 대한 편성이 절실한 상황으로 읽혀진다.

실질적으로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이에 대한 리모델링을 원활히 계획적으로 할 수 있는 바는 국공립 기관의 역할이 크다. 자본의 지속성과 하드웨어의 안정적 확보가 그것이다. 지금 광주에는 생각보다 꽤 많은 레지던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단, 관의 사업을 받아 민간 기관 및 단체에서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는데, 여기서 한계는 프로그램으로서는 지속할 수 있되, 기관의 지원이 없으면 항시 운영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불안정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안정적인 공간유지는 당연 힘들다. 이에 애초부터 일회적인 프로그램으로 기획을 한다거나 혹은 지속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비전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후년 사업에서 또한 도맡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기 힘들기 때문에 애초의 뜻을 의기 있게 펼친다는 것이 실상 쉽지만은 않다. 여기에는 좀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2) 소프트웨어의 실재


창작스튜디오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근간으로 한다. 광주에서 이뤄지는 레지던스 프로그램들을 놓고 분석해 보았다. 대상은 지역작가를 기반으로 하여 국내작가와 해외작가들이 참여하는 형식이며, 개인 작품 창작활동과 작가 프리젠테이션, 오픈스튜디오 및 결과보고전이 그 주요 골자로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우 여기에 북경을 투어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대부분 남도지역의 풍부한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답사하는 투어프로그램이 여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또한 일부 해외작가들이 왔을 경우, 매칭프로그램으로 지역작가와의 네트워크를 매개하기도 한다. 여기서도 지속성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실제로 민간단체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광주시의 국제교류 차원 내지는 창작기반 조성을 통해 한정된 기간 내에서 한정된 비용으로 진행해야 하고 관리자들은 대부분 서류처리에 바빠 현장을 돌본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한 한계가, 각 단체 및 기관에서 이를 염두하고 시작해야 하겠지만, 경험적으로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여전히 각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일회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앞서 언급했듯 분명 상존하기에, 그래서인지 프로그램 상에서 특별히 차별성이 보이지 않아 못내 아쉽다.

전문기획자의 부재로 인해, 기본 골격을 쫓는다 하더라도, 보다 면밀히 갖춰져야 하는 프로그램 편성에 대해 예민한 날을 세우지 못하는 역량적 한계가 또한 분명 존재한다. 예술가들은 공모전의 명성을 대체하는 경력으로서 끊임없이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찾고 있는 현실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 주관처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차별성과 깊이를 끌어내고자 하는 전문가가 부재하다. 어떤 기대로 예술가들을 맞이하고자 하는가? 우선적으로 전문가와 관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행여나 일회적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운명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대한 분명한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 예술가는 그 목적성을 검토하고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임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요소들이 사례로서 점검되고 기록되고 네트워킹 되어야 이후 계속되어 확산될 창작스튜디오 건립에 대한 방향성을 논하는 담론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아시아문화특화지구 사업으로 편성되어 있는 구도심 예술의 거리나 대인시장은 각자의 차별성을 지닌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의 거리 '2010아트로드프로젝트'의 경우, 독립예술 및 공연을 기반으로 한 '아트살롱 PLUG'내에서 일반인 대상 워크숍 교육(밴드, 필름, 출판, 연극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기준으로 예술가를 선정하여 시각예술로만 편중되어 있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타장르 창작활동 독려 및 시민대상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0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의 경우 시장에서의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으로 예술가들을 모집하여 운영 중인 것으로 안다. 그리고 '아트스페이스 미테'의 경우는 지역의 젊은 작가 네트워크 및 아시아 작가들의 네트워크를 엮는 '교류/교환 전시'를 기반으로 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개공간 미나리의 경우 광주전남권 작가를 작업계획서에 따라 선발하고, '디아스포라'를 기조로 하여 일본과 카자흐스탄 교포 및 현지 작가들을 상호교류가 지속가능한 단체를 직접 접촉하고 섭외하면서 2010PAAD를 구성하였다. 또한 협업미션으로 시장 내에서 '정원'을 주제로 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각기 한계는 있으되, 차별적인 지점에서 특성화하고자 하는 여러 시도들에 대해 주목할 부분이 분명 있다. 또한 이를 기본적으로 도심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요사례들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와 같은 부분들을 일차적인 고민의 전제로 끌어안으면서, 그렇다면 광주에서 구도심 재생에 있어서 '유휴공간 활용'과 '문화예술활동 내지는 창작스튜디오' 조성에 대해 가장 주목받았던 사례였던 2008/2009 대인시장에 대해서 살피기로 한다.



3) '소프트웨어'의 역할 : '태도'와 '하드웨어'

_ 2008/2009 대인시장 현장예술프로젝트 중심으로


지난 2008광주비엔날레에서 주 전시가 아닌 보조전 형식으로 진행된 '복덕방 프로젝트(2008 광주비엔날레 제안전)'의 파장은 오히려 주 전시보다 더욱 주목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복덕방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물적교환의 장소이자, 또한 정보교류의 역할을 했던 '복덕방'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다. 이것이 예술프로젝트로 진행되었을 때, 그 주요 핵심은 다음과 같다. 예술가의 창작노동이 자폐적인 작업실 구조가 아닌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그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면서 정적인 가치로서 그 교환가능성을 실현해 보일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고, 중앙에 비해 지역 예술이 그렇듯, 도심공동화와 현대적인 시설의 대형마트들이 곳곳에 생기면서 점차 그 활력을 잃어가는 '재래시장'이, 이 프로젝트의 실행에 있어 장소성(site-specific)이라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수회에 걸친 국제적인 비엔날레 행사가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 지역예술계는 큰 탄력을 받지 못했다고 공공연히 평가되는 사례를 듣게 된다. 한편 시장 상인들의 협력과 지역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하여 '복덕방 프로젝트'가 한편 성공을 거두면서 국제적인 행사 치르기에만 골몰하던 광주광역시 역시도 이 프로젝트의 가능태를 살피면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대인시장은 입구 쪽 회센터를 제외하고 한 낮에도 손님이 거의 드나들지 않았고, 눈에 띌 정도로 많은 빈 점포들은 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켰다.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각종 현대화사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전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뭔가 대안을 찾고 있던 시장 상인들에게, 빈 점포를 예술가의 작업실로 혹은 전시실로 바꿔보고자 하는 프로젝트 팀의 아이디어는 어찌 보면 대단한 활력소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시장 상인들의 호응 하에 예술가들이 시장 곳곳을 점유하며 채워나가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비엔날레가 끝난 후 복덕방 프로젝트는, 관의 지원을 받고 또한 '매개공간 미나里' 가 시행처가 되어 다시금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2009 대인시장 공방거리 조성사업)'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그 파장 속에서 미술인 뿐 아니라 VJ, 공연가, 문학인, 지역 대안언론, NGO단체들까지도 문화활동의 실험장으로서 대인시장을 바라보고 이에 함께 참여하였다. 재밌는 것은 많은 지역민들이 오가고, 또한 타 지역에서 방문한 관심 있는 사람들과 혹은 이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타 지역 관계자들이 연이어 오가면서, 국밥집 외에는 딱히 먹거리가 없었던 대인시장에 저렴한 분식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 사람들의 작은 바자회로 간혹 비정기적으로 열렸던 '풍물시장'이 지금은 하루도 쉬지 않는 '벼룩시장_장깡'으로 점차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 누구도 그것이 지역에 또한 타 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대단히 회의적이었고, 또한 지역에서의 예술 활동이기에 주목받을 리 없다고, '어려움'에 대해서도 격려가 아닌 비난이 우선이었던 일부 풍조는 너무나도 일반적이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문화예술을 통한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에 맞물려 그것이 성공한 사례가 드문 탓에 대인시장은 개발정책으로만 일관하는 현 정세에 예술과 문화의 숨결이 그보다 더한 가치를 생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은 상징적 장소가 되었다. 예술가는 시장 상인들과 언제서 부터인가 이웃이 되었고, 시장 상인들은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을 자신의 일터에서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향유하고 또한 예술활동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현장예술 활동에 대한 무수한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점검하는 시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2009년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가 '대인시장 공방거리 조성사업'이라는 기관의 취지와 매개공간 미나리가 전통시장에서 예술가 활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지점에서 이 프로젝트가 진행된 이후로 40여개의 빈 점포는 현재 예술가의 자율입주의 형태로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의 문맥과 예술인 창작활동의 자폐적인 환경 극복 및 공동체적 예술가촌이 형성된 것은 분명 2009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의 성과라고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기관의 지원으로 진행된 사업이었던 탓에 2010년에는 사업팀이 바뀌어 프로그램 문맥이 전면 수정되었다. 애초 2009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팀이 지속적으로 꾸리고자 했던 실험이 연계맥락을 잃게 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매개공간 미나리의 창작스튜디오 및 프로그램들이 대인시장과 함께 하기에 여전히 그 실험은, 물론 계속 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이 같은 과정에서 체득하게 된 바는 최종 목적을 향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속성이 기관과의 공조 및 신뢰를 통해서 함께 지속될 수 있는 지에 대한 일종의 회의감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소프트웨어를 지닌 프로젝트 사업팀과 하드웨어의 안정적인 확보를 담보할 수 있는 기관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다소 객관적인 견지에서 유휴공간 재생에 대한 소프트웨어와 창조도시에 대한 입장을 3부에서 정리해보기로 한다.



II. 태도와 인식의 합의

1. 최종 목적에 대한 '충분조건'


특질1. 자발성 & 자생성

특질2. 장소성 & 역사성

특질3. 기관공조 & 안정성


Turning Point1. 특질1+특질2 : 기획의 근거문맥 제시

Turning Point2. 특질1+특질3 : 실험적・차별적 프로그램 지원

Turning Point3. 특질2+특질3 : 구도심 유휴공간 선택과 선점

4 Goal. 특질1+특질2+특질3 : 문화예술을 통한 도심재생과 활성화


특질1은 자기 활동에 있어 근본적인 고민과 문맥, 그리고 이미 실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젼과 진정성을 지닌 전문가 및 단체를 말한다. 이는 기획의 지속성을 향한 '태도와 의지'를 표명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것이 일회적이고 이벤트적으로 흐를 수 있는 여지를 애초에 지양한다. 특질2는 유휴공간이 문화공간화될 때 유휴공간 자체의 흔적과 역사를 지속시켜 이를 문화자원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이는 비어있는 공간에 대한 단순한 임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왜 이곳에서 그것을 하고자 하는지, 왜 이곳이 그 활동에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카이빙 활동을 접목할 수 있는 지점에서 뜻해야 하는 바다. 특질3은 공적인 공조와 협조체계를 통해 사업의 혹은 공간의 비젼을 지속할 수 있는 안정성에 대한 부분이다.


따라서 특질1(자발성&장소성)과 특질2(장소성&역사성)가 만들어내는 터닝포인트는 '기획의 진정성과 탄탄함'이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질을 결정한다. 특질1(자발성&장소성)과 특질3(기관공조&안정성)의 터닝포인트는 '애초에 실현하고자 하였던 프로그램'의 질적인 고양에 대한 기대와 그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질2(장소성&역사성)와 특질3(기관공조&안정성)의 터닝포인트는 구도심 유휴공간의 문맥과 선택(임대)을 통해 지역성을 살리면서 타지역과 차별적인 지점을 형성하는 것으로, 공간에 대한 창조적인 재생을 가능케 하는 '하드웨어 조성' 전제 요건이 된다. 마지막으로 특질1(자발성&장소성)과 특질2(장소성&역사성), 특질3(기관공조&안정성)은 문화예술활동 및 창작스튜디오에 대한 그 모든 사항에 관련하여, 구도심 유휴공간이 새로운 창조공간으로서 재디자인되고, 구도심 활성화를 이루고자 하는 우리의 최종목적지가 된다. 이러한 내적 전제가 있어야만 구도심 활성화에 대한 이상적인 근간이 마련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내용적으로 '비평'과 '인문학적 담론 및 상상', '아카이빙'에 대한 연구가 동시에 수반되어야 하며, 외형적으로는 우선적으로 전문 관리 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간 임대와 운영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해낼 필요가 있다.

2. 최종목적에 대한 '필요조건'


- 창조도시 : 문화개발주의 지양과 클러스터를 통한 네트워크 강화

'문화중심도시' 광주가 '창조도시'로서 역할을 자임해갈 것이라는 의지 하에는, 지역의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및 이에 대한 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 네트워크는 속빈 강정으로 하드웨어만 넓힐 위험이 있는 기관주도의 대안 없는 '문화개발주의'에 제동을 걸면서, 실질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자문역할을 할 수 있다. 시각예술 외에도 광주에는 나름의 역량이 있는 각 장르 단체들의 왕성한 활동이 있음을 시시때때 확인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동일한 장르끼리의 공고한 결집체에서 새로운 무엇, 창조적인 내용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터라, 그 내용들은 충돌과 재배치 그리고 혼성을 통하고, 동시에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다시금 인식할 수 있을 때 발생하는 것이라 늘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그 시작으로 문화예술 네트워크를 클러스터 개념에서 재편해보려는 연구와 시도가 필수적이다.


- 유휴공간 활용 : '휴머니즘적 도시계획'

또한 '창조도시'를 표방하고 유휴공간의 활용이 중요한 테제 중 하나라면 거기에는 반드시 인문학적인 감성이 깃들어져 있어야 한다. 이는 공간의 역사와 도시구상의 근원적인 문맥을 인문학적 뿌리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다. 단순히 해외 사례에서 '창조도시'를 표방하는 지역 현장의 겉만 훑거나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례에서도 '사연'에 감동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 사연 안에서 우리는 인간을 발견하고 유기적인 생태계로서의 도시를 발견할 수 있다. 도시의 역사와 문맥과 사연은 그 속에 자연물인 인간의 특성과 그들의 욕구와 요구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도시계획은 단순개발이 아니라 문맥 속에 놓여져야 하며, 더불어 그 문맥 속에는 '창조도시'를 비젼으로 하는 도시가 보다 창/조/적/인 행정을 통해 문화예술 활동 및 사업, 도시계획에 대한 유연함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함의한다.


- 대상지 : '익숙한 우리 동네'

땅값이 비싸서, 혹은 비어있는 공터 자체에 대한 접근으로 지난 시기 만들어진 대부분의 문화예술공간은 항시 일반인들에 대한 개방성 및 접근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제 기회를 맞이한 것 같다. 새것이 좋았던 그때에 비해, 지금의 테제는 일상 동네에 비어있는, 혹은 과거의 영광이 있었으되 귀신처럼 남아있는 안타까운 공간들, 어린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익숙한 동네에 대한 접근이다. 우선적으로 사람들에게 공간적 위치가 인식이 되어있고 익숙한 부분이 있기에, 더욱이 커뮤니티 문화예술 활동 및 사람들에게 자존감과 여유를 줄 수 있는 문화예술 활동 참여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심 유휴공간의 재생이 항시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IV. 결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그러나 '보이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가치에 대해서, 본고는 특히 강조한다. 물론 <표1>은 대단히 이상적인 논지이며, 실무적으로 그 뜻을 지속하기 쉽지 않지만, '개발'과 '창조', 자세하게는 '단순 근대적 발상의 개발주의'와 '창조적 접근을 통한 도시개발'의 차이를 만약 우리가 인정할 수 있다면, 우리가 감당해내야 하는 것이 단순히 '머리'와 '일'로써 도모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나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찾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차별적인 목적성을 감지해야만 광주가 창조도시로서의 '터닝포인트'를 아무려면 제대로 겪을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더불어 본고는 유휴공간의 논의는 하드웨어에서 시작하여 그 활용도를 논할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논의 이전에 대해서 기초문답을 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개발의 태제에 '태도적 면밀한 접근'과의 팽팽한 긴장이 있어야만 '창조' 개념을 보다 바람직하게 구체적으로 입장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긴장감은 현재의 보편적인 일상과 역사적인/장소적인 특수성 사이에서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문화적 촉매제에 다름 아니며, 이는 기존 성공한 몇 가지 사례들 속에서 입증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또한 하드웨어에 있어서도 관리기반 내지는 자본구조, 안정성에 대한 논의가 동시에 필수적이다. 이는 어찌보면 애초의 진정성을 지켜낼 수 있는 수단이자, 현학적인 담론근거를 실천성 속에서 내비치고, 대중적인 지지기반과 더불어 문화계 지형 일대에 시각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동시에 한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 정착을 위한 핵심 개념으로서, 그 기능을 섭렵할 수 있다.


태도적 진정성은 '랜드마크화' 되어야 한다. '랜드마크화'는 다양한 영역을 포섭하지만, 특히 하드웨어가 정신사에 미치는 것 뿐 아니라, 유휴공간의 활용에 대해서 그것이 지닌 다양한 이야기와 시민주체가 납득하고 참여할 수 있는, 혹은 교육적이고 전문화된 담론이 내재화된 프로그램이 하드웨어를 어떻게 특징지어 가는지에 대한 부분도, 보자면 유휴공간 활용에 대한 명분을 공고히 할 수 있기에 대단히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 지금 현재 광주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계할 수 있는 지점은 구체적이고 목적이 뚜렷한 프로그램이다. ■




<참고자료>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 What is the real?], 최윤정, 2010_경기창작센터 포럼발제문

[창조적 도시 : 국내외 움직임과 사례, 추진기법], 오민근 200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공간화 정책], 송시경, 2010

[더 새로운 실크로드를 향하여-아시아문화허브로 가는 길], 홍익대 산학협력단,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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