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1일 일요일

창작스튜디오와 오픈스튜디오 논의에 대한 토론문

광주 전남 문화연대 토론 참여글


매개공간 미나里(이하 '매미') 큐레이터 최윤정


‘섬세한 기획’은 ‘창작’이라는 문화적 행위에 대한 순수한 입장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문화란 생동이다. 생동은 스며듦과 발현의 경계로부터 나타나는 삶의 유영이다. 삶이라는 것은 각각의 주체를 지니고 있으며, 이 주체는 바로 살아가는, ‘문화’라는 자연스런 흐름을 구성하는 우리네 인생들이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문화란 행여나 주입되더라도 주체적인 수용방식을 통해 자생성의 근원을 제공할 수도 있고, 그 자체가 자생적인 토대 속에서 생겨나기도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나는 문화라는 큰 틀을 고민하면서 지금의 창작촌 논의에 대한 우려 내지는 다른 시각을 덧붙여보고자 한다.
폐교 활용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각 공립 미술관련 기관 및 지자체의 창작스튜디오 설립은 현재 최고조로 붐을 이룬 듯 보인다. 실상 미술계 쪽에서 창작스튜디오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작가들이 스스로를 프로모션해야 하는 시대적인 흐름과 맞물려 각종 미술대전이 지녀왔던 권위를 대체하고 있고, 미술계 외곽에서는 그것이 이미지 쇄신 및 문화산업의 문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한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창작촌을 건립하거나 참여하거나 혹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확언하는 분들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이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증적인 답변이 있는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유가 스스로에게 합당한가’, ‘오픈스튜디오의 목적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붐은 언젠가는 꺼질 수밖에 없다. 기관주도형으로 창작스튜디오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전문가도 그리고 일정한 프로그램도 없고 또한 외적인 형식을 갖추어 놓은 것 외에 창작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과 이해를 견지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붐이라면 지속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관행적인 풍토로 정착되어 파행을 이끌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목표를 위해 도구적으로 창작스튜디오에 접근하는 경우, 이는 당연히 창작활동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하는 한계로 인해 실질적으로 작가들에게 분명 제공해야 할 부분들을 놓칠 수밖에 없다.
물론 나의 접근은 일편 ‘우려’의 시각에 한한다. 왠지 창작촌의 논의와 오픈스튜디오의 논의를 지켜보다 보면 접근 자체가 상당히 순진하고 그 중심에 ‘작가’와 ‘창작’에 대한 고민이 놓여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또한 작가들에게서도 그것이 미술대전 수상 못잖은 쓸만한 경력 한 줄로서 소용되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때가 있다. 창작촌의 임무와 오픈스튜디오의 적절한 방향성이 순수하게 창작기반에 관련한 고민들로서 인식적인 합의 부문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는 그 시작이야 어떻든 간에 자생적으로 생성되고 일궈진다. 그렇기에 문화적 행위인 ‘창작’ 역시도 창작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자생적인 터전에서 일구어졌을 때 행위 자체가 그리고 행위 주체 스스로가 이에 대한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2008년 5월 25일 개관을 앞두고 있는 매미(매개공간 미나리)는 기본 골조를 살린 상태에서 창고 건물을 개조하여 마련되었다. 완성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지만 공사는 전적으로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지역 미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기반으로 진행되어 왔다. 매미는 지역의 보수적인 경계 및 한계를 뛰어넘고 예술가들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보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역할들을 진행할 것이다. 더불어 애초의 태생 자체가 작가들의 자발적인 측면과 우여곡절을 겪은 자생적인 생성의 기간을 거쳐 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요소들을 정체성으로 담아낼 수 있는 기획 프로그램들이 공간을 채워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 말해 그 시작은 공간 태생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이미 출발한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비단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 프로그램 및 오픈스튜디오 등의 기획들에 있어서 애초의 시작 논의에서부터 예술가의 ‘창작’ 행위를 끌어내고 담론화할 수 있는 중심을 공간 및 프로그램의 특성 및 정체성으로 유도해야 하고, 이를 중심으로 하여 작가들 스스로 ‘자발성’을 중심으로 하여 ‘창작’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저변 의식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