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8월 경기창작센터 발제문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대상에 대한 미묘한 심리 'What is the Real?!'



최윤정 ● 2009 PAAD 레지던스 팀장/매미큐레이터



I.

History..



‘매개공간 미나里’는 축약하여 공식적으로는 ‘매미’, 영문으로는 발음대로 ‘Memispace’로 불린다. 보통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과 유성음의 발음이 긴한 산뜻함을 주는 관계로 ‘미나리’로도 많이 불리고 있다. 매개공간은 기존의 대안공간이 미술관 및 화랑에서 전시할 수 없었던 작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해주는 의미를 넘어서서, 미술만이 아닌 공연 및 타예술 장르를 접목시키고 예술인들 사이의 교류를 꾀하려는 의미에서 지어진 명칭이다. 또한 장소적으로 재래시장 쪽에 위치하게끔 한 이유 역시도 매개공간의 역할이 생활과 예술이 보다 친밀해질 수 있게끔 서로 연결하고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또한 여기서 ‘里’는 곳곳에 매미의 바람처럼 많은 문화적 공간과 인프라가, 또한 향유자들이 늘어 예술로 행복해지는 장소, 지점, 곳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나름의 공간 주소임을 함축한다.
이곳은 지역 안에서 대안적인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온 지역 예술인들이 힘을 합쳐 꾸려진 공간인 것만큼은 분명 확실하다. 현재까지도 그 일원들이 운영위원으로 남아 역할하고 있다. 논의 초기에서부터 이 같은 대안적인 공간의 필요성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지역예술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작금의 지역예술인들 사이의 벽들을 허무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사심이 개입할 수 없는 공간이자 ‘사랑방’ 개념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왔고, 현재는 이를 안고 구체적으로는 예술인들의 작업에도 일조할 수 있는 질적으로 만족스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역할할 수 있는 몇 가지들을 실행하고 수정하면서 완성시켜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고, 더불어 행여나 기획에 파묻혀 이 공간이 지닌 애초의 바람이었던 ‘사랑방’ 역할을 놓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자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공간의 한 기준이 된다.


지난 2008광주비엔날레에서 주 전시가 아닌 보조전 형식으로 진행된 ‘복덕방 프로젝트(2008 광주비엔날레 제안전)’의 파장은 오히려 주 전시보다 더욱 주목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복덕방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물적교환의 장소이자, 또한 정보교류의 역할을 했던 ‘복덕방’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다. 이것이 예술프로젝트로 진행되었을 때, 그 주요 핵심은 다음과 같다. 예술가의 창작노동이 자폐적인 작업실 구조가 아닌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그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하면서 정적인 가치로서 그 교환가능성을 실현해 보일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고, 중앙에 비해 지역 예술이 그렇듯, 도심공동화와 현대적인 시설의 대형마트들이 곳곳에 생기면서 점차 그 활력을 잃어가는 ‘재래시장’이 이 프로젝트의 실행에 있어 장소성(site-specific)이라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7회에 걸친 국제적인 비엔날레 행사가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 지역예술계는 큰 탄력을 받지 못했다고 공공연히 평가되는 사례를 듣게 된다. 한편 최근 시장 상인들의 협력과 지역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하여 ‘복덕방 프로젝트’가 한편 성공을 거두면서 국제적인 행사 치르기에만 골몰하던 광주광역시 역시도 이 프로젝트의 가능태를 살피면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대인시장은 입구 쪽 회센터를 제외하고 한 낮에도 손님이 거의 드나들지 않았고, 눈에 띌 정도로 많은 빈 점포들은 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켰다.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각종 현대화사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전혀 없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였다. 뭔가 대안을 찾고 있던 시장 상인들에게, 빈 점포를 예술가의 작업실로 혹은 전시실로 바꿔보고자 하는 프로젝트 팀의 아이디어는 어찌 보면 대단한 활력소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적극적인 시장 상인들의 호응 하에 예술가들이 시장 곳곳을 점유하며 채워나가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비엔날레가 끝난 후, 복덕방 프로젝트는 관의 지원을 받고 또한 ‘매개공간 미나里’ 가 시행처가 되어 다시금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2009 대인시장 공방거리 조성사업)’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그 파장 속에서 미술인 뿐 아니라 VJ, 공연가, 문학인, 지역 대안언론, NGO단체들까지도 문화활동의 실험장으로서 대인시장을 바라보고 이에 함께 참여하였다. 재밌는 것은 많은 지역민들이 오가고, 또한 타 지역에서 방문한 관심있는 사람들과 혹은 이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타지역 관계자들이 연이어 오가면서, 국밥집 외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없었던 대인시장에 저렴한 분식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 사람들의 작은 바자회로 간혹 비정기적으로 열렸던 ‘풍물시장’이 지금은 하루도 쉬지 않는 ‘벼룩시장_장깡’으로 점차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 누구도 그것이 지역에 또한 타 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대단히 회의적이었고, 또한 지역에서의 예술 활동이기에 주목받을 리 없다고, '어려움'에 대해서도 격려가 아닌 비난이 우선이었던 일부 풍조는 너무나도 일반적이기까지 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화예술을 통한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에 맞물려 그것이 성공한 사례가 드문 탓에 지금 대인시장은 개발정책으로만 일관하는 현 정세에 예술과 문화의 숨결이 그보다 더한 가치를 생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은 상징적 장소가 되었다. 예술가는 시장 상인들과 언제서 부터인가 이웃이 되었고, 시장 상인들은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을 자신의 일터에서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향유하고 또한 예술활동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이 프로젝트의 일원이자, 젊은 기획자로서 현장예술 활동에 대한 무수한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점검하는 시기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II.

論_'문화도시'를 괴롭히는 몇 가지 사안


<기관_광주시/광주문화예술위원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며, 광주비엔날레이며 동시대 문화예술의 기반 형성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광주시 자체의 문화예술기관 관리시스템 및 메뉴얼은 그다지 준비가 많이 되어있지 않은 듯하다. 말하자면 광주시 지원으로 진행되는 사업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직속기관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는 문화행정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진행에 있어 안티에 가까울 정도로 현장예술활동 및 동시대 예술활동에 대한 마인드가 심각히 결여되어 있는 실정이며, 놓쳐서는 안될 '현장성'과 적정한 '아이디어'의 발현과 펼침에 저해되는 요구들을 빈번하게 해왔다. 이는 담당자 개인의 문제로서라기 보다는 기관이 존립해야 하는 시스템적 근거에 대한 공유가 기관 자체에도 수립되어 있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9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진행시 행정서식이 몇 차례 뒤바뀌는 경우가 있었으며, 그중 한 이유는, 바뀐 행정관의 '취향' 때문이라는 담당자의 변명을 들은 적도 있었다. 전통시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만큼 '현장성'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또한 전통시장 활성화의 문맥과 더불어 가능하다면 시장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지출은 상인 및 상가번영회와의 관계성을 고려하여 고민할 필요도 있었다. 행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식 및 협의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10억 사업에 유레알 카드 한장으로만 지출하라'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가? 이미 여기에서부터 문제는 내포되어 있었다. 과정 중간중간 이에 따라 다양한 개선책을 내놓고 협의를 하면서도 결국은 협의만 하다가 프로젝트 마무리까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동반자적 시선의 결여이다. 총감독의 역할과 본인의 역할을 헷갈려하는 담당관의 태도에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아이디어의 입안자와 주관/주최의 개념이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 집행기관으로서 세부 기획의 내용이며, 내용에 대한 이해 없이 섭외자에 대해 간섭하는 양태는 기본이었고, 느끼기에 일종의 길들이기를 위한 것인가 의심한 적도 여럿 있다. 이는 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동반자적인 역할 분담(행정/기획)이 아니라 대기업의 '하청업체'로서 인식하는 기본 틀이 대단히 공고했던 탓이다.
핵심으로 다루고 논의의 출발로 삼아야 하는 것은 문화행정의 시스템 부재와 동반자적 마인드의 결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있으되, 평소 '좋은게 좋은'에 걸맞게 다각도로 행동해야 한다는 다소 비합리적인 결론으로 논의를 정리하는 것은 극히 무리라고 본다.

세부 진행 방식을 모르는 상태에서 최근의 경향/유행에 따라서 사업을 공고하고 세부 기획및 문화행정 지원에 대해서 탁상공론하며 스스로 사업의 주최 자리에 서야하는지 혹은 주관의 자리에 서야 하는지 헷갈려하는 듯한 모습에서 시간이 참 많은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역 내 이해관계>

'범위가 좁으면 좁을수록 이해관계는 더욱 첨예하게 대립된다'
프로젝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무성한 소문과 일종의 간보기가 시작된다. 개인적인 인맥에서부터 압력까지 '도대체 이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무엇으로 생을 유지했을까' 싶을 정도였으나 그러나 대처 못할 것은 없었다.
기관사업의 한계라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당한 절차와 심사과정을 거침에도 불구하고 기준 없이 이를 골고루 분배해야 한다는 논리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항목이다. 점차 줄어가는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키워 근간을 탄탄히 하고, 보다 프로젝트의 의도를 살리고 그에 장소성을 고려하여 마련한 작업계획에 준해 레지던스가 운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설득과정은 결국 '너희들끼리 해먹기'라는 오해로 귀결되는 일부 세간 비난도 무시할 수 없었다.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의 의의 중 하나는 지역 내 기획자의 고민에서 시작된 복덕방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추진된 것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그간 타지역에서 섭외된 외부기획자 활동에 대한 오랜 불신이 배경에 놓여 있다. 물론 각 프로젝트의 상황이 일회적이고 또한 단기간 동안 광주에 체류하면서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한계를 탓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는 점 또한 모두들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에 광주에 터전을 잡고 살고 있는 기획자의 손에서 프로젝트가 구상되었다는 점은 지역에서도 중요한 의의로 꼽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역 내 기획자의 활동은 외부기획자의 활동에 비해 자유롭지 못하다. 온갖 이해관계에 시달려야 하고 왜곡된 '지역성'을 무기로 하는 내용에 선택을 강요받아야 하는 부분은 프로젝트의 집중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의기있는 대처가 필요한데, 이 대처방안은 항상 '뒷말'을 들을 각오가 단단히 갖춰져야 하고 스스로를 상당히 무장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항목이기도 하다. 대단히 차갑고 저돌적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야 할까? 실제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를 순수하게 지지하는 지역 일부 예술계는 아예 프로젝트 및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의 이유는 본인들의 참여로 프로젝트팀이 비합리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감에서였다.
이러한 현상을 개인적으로 담론생산에 대한 그간의 부재 혹은 낯설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왜 이것이 필요한지, 지금 시대에서 지금 이곳에서 왜 이러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그에 대한 기대와 파장이 어떨 것인지 등. 당연히 담론을 향한 자리도 곳곳 마련되고는 있으나 종종 그것이 무슨 이야기를 위해 마련된 자리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결국은 한 자리를 맴돌거나 때로는 전혀 엉뚱한 결론으로 자리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역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제 3자의 시선과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부에서 광주를 바라보는 시선, 봇물치듯 쏟아져 나오는 각종 프로젝트, 우후죽순 내용없이 관성적으로 진행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들에 대해서 낱낱이 객관적인 비판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III.

'발견_가능태로서의 지역 컨텍스트'


<고생의 정점_레지던시 참여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빈 점포에 예술가들을 입주시키고, 전통시장이라는 장소성과 상인들과의 관계('주민화'), 공통의 목적을 지니고 활동하는 예술공동체의 실현을 주요 핵심으로 삼았다. 예술가들의 입주 조건은 그들의 포트폴리오로 일차적 역량을 평가하여 1차 선발하고, 대인시장 현장 답사 후 작업수행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타지역 4인/ 지역 3인의 구성으로 7인의 심사단이 구성되어 각각의 배점표를 작성하여 최종선발자를 가르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 단기작가 15인/ 하반기 단기작가 15인 등 30인을 선발하였고, 심사제외로 지역내 장기작가 10인은 기획팀 주관으로 선발하였다. 지역내 이해관계에 따른 고충들로 인해 대단히 차갑게 진행되었던 심사였다.
총 40인이 참여한 레지던시는 현장의 우연적인 상황과 더불어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하였는데, 짧은 기간 내 작업실 개조며, 유레알 카드 하나로 개개인의 작업재료비를 구입하러 스케쥴표를 짜고 쫓아 다녀야 하는 상황이며(한장의 유레알카드는 레지던시 만이 아니라 프로젝트 전체 프로그램과 공유), 공동체이기에 함께 해야 할 일이 많아 개인작업에 보다 몰두할 수 없었던 상황이며, 일부 상인들의 오해와 반발로 애초 작업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부분들이며 수많은 난제들이 있었다. 40인의 작가 개개인을 꼼꼼히 챙길 수 없었던 상황들에 대해서 참여작가들에게 큰 미안함과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도 욕심을 냈던 것은 담론을 위한 '비평작업'이었다. 비평가 1인 대 작가 3인 매칭, 주말 현장크리틱, 오픈스튜디오 기간 이뤄진 삼고초려 비평워크숍으로 그 기반을 다졌으나 현장 운용의 미와 특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진행자로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많이 느끼고 반성하게 되었던 사건들이었다.

현재로서는 당시 입주작가로 활동했던 작가들 사이에 당시 함께 고생했던 내용들이 끈이 되어 젊은 작가층들 사이에서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있으며, 그들 중 일부는 아예 대인시장에 작업실을 옮겨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자연스레 자생적인 공동체가 형성된 셈이다. 또한 당시에도 자생작가(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지 않는 '자율입주작가')군이었던 팀들이 여전히 남아 대인시장의 빈점포를 메우며 '대소쿠리'(자율입주작가 협의체) 활동을 하고 있다. 본 사업이 '2009 대인시장 공방거리 조성사업'이었으니, 그 성과는 남은 셈이다.

이미 모두들 작업실이 부재한 상황도 아니고 작업환경적 조건에서 대인시장이 전혀 훌륭하지 않았음에도 프로젝트 이후 왜 대인시장에 지원 없이도 자율적으로 남았는가에 대해서 논한 적이 있었다. 공통된 의견은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하고 짊어져야 하는 기존의 자폐적인 작업환경 구조에서 많은 작가들이 한데 모여 작업에 대해 논하고, 정보도 공유하고 작업에 대한 새로운 영감에 대해서도 서로서로 영향을 주게 되는 체험이 대인시장에 남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결국 이 프로젝트가 예향 광주를 알리는데 어떤 기여를 했고, 명성을 얻게끔 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오히려 그것이 끝난 후 남은 흔적과 파장, 참여 예술가들의 고민과 판단, 작업적인 모색에 있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것이 보다 더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21세기 예향 광주>

최근 예향 광주는 기존 문인화 전통 및 수많은 예술가, 일반인들의 예술교육에 대한 접근 가능성, 광주비엔날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등 전반적으로 복합적인 문화도시로서의 틀로 인식되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소프트웨어가 부재한 상황에 하드웨어는 계속해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형식만 갖춘 모양새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많고 비난도 많지만, 다행스럽게도 '의/향'의 의의를 잘 계승하고 있는 새로운 주 세대들이 문화활동가로 많이 등장하고 있고 네트워크에 대한 욕망도 이전 세대에 비해 상당히 열려져 있다. 또한 과거 남도문화, 문인화의 전통을 벗어나 현대적인 콘텍스트와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끈기있는 예술가들의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관성적이지 않고 '지역성'에 대한 합리적이면서도 대안적인 활동을 펼치는 '전라도닷컴'이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아낌없는 비판과 지지, 대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길 주저하지 않는 '광주드림' 등의 언론 활동도 점차 문화예술 활동가들을 다그치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반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우며 역할하고 있고 타 언론의 기자단도 일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어느 곳이나 지역 내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이해관계의 '진실'에 대해서 자율적으로 차가운 판단을 하며 활동을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새록 발견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비롯하여 광주비엔날레의 경우에도 '복덕방 프로젝트'를 함께 일군 일원으로서 지역예술계에 대한 수용과 참여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모색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예술은 항상 문제적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이 사회적인 것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오히려 불안한 시기나 혹은 부조리한 현상에서 예술은 항상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그에 걸맞는 공적인 기여를 한다. 비단 전통적인 문화의 장이나 축제 등으로 ‘문화예술의 도시’를 언급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문화예술’이라는 용어가 더욱 적합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해 사려하는 범위가 훨씬 더 넓어야 한다. 작은 움직임들이 그래서 더욱 광주에는 소중하다.


<새로운 모색_Issue Maker>

2009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가 막이 내리고, 2010 대인시장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기관에서 선정한 단체는 매개공간 미나리가 아니다. '2010 아시아문화특화지구 사업'으로 대인시장, 예술의 거리 일대가 공표되었고, 매개공간 미나리는 '예술의 거리'를 재각색해야 하는 시점에 섰다. 실제 애초에 꿈꿔왔던 대인예술시장의 연속성이 파기되는 시점이다. 기관사업의 한계로서 장기간 플랜과 연속성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마도 2010년에는 기존 '문전성시프로젝트'에 준하는 프로그램들이 대인시장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원을 받았건 아니건, 매개공간 미나리의 설립 목적과 추구하는 지점에서 대인시장은 당연한 존립 근거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Artists in Research' 프로그램으로 매개공간 미나리가 운영하는 레지던시가 대인시장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보다 예술가간 공동협의 및 자율적인 연구에 대한 다원적 접근을 강화한 시도로서 입주자 5인을 선발하고 일본 및 카자흐스탄 단체와의 1개월간 작가 교류(지역작가 매칭, 스튜디오 공동사용, 협업작업)로 '아시아성' 및 '아이텐티티_교포' 내용적 담론을 심화시킨 구성이다. 더불어 매개공간 미나리 공간 내 프로그램과의 연결성을 강화하여 작지만 밀도있는 창작소 프로그램으로서 매미 2010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_레지던시가 새롭게 마련되었다. 비용적인 한계로 우선은 지역의 젊은 작가 및 연구자, 단체들을 모집하여 9월부터 본격적으로 3개월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참고로 예술의 거리 프로젝트 관련해서는 예술의 거리 활성화에 따른 시민참여 프로그램(개미시장, 궁동예술제) 및 예술인 DB구축(소규모 커뮤니티 활성화, 자료아카이브)이 핵심이며, 이미 노쇠한 예술의 거리에, 지역 내 소외 예술기반 지원을 전략으로 하여 광주의 독립예술 활성화를 위한 거점 기반을 구축하고 오랜 시간 '광인뮤페_광주인디뮤직페스티벌'을 주관해왔던 네버마인드와의 협력으로 올해 처음으로 작게나마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되었다. 2009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와 그에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던 예술가군들과 마찬가지로 이 프로젝트 역시 지역내 창작자들에게 소소한 파장을 안겨줄 수 있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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