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8 (2009.5.14)
[칼럼] 반성의 망,
현장예술활동
최윤정 _ 매개공간 미나里 큐레이터
지난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프로젝트’ 이후,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현장예술활동 맥락에서 광주 미술계가 얻은 소기의 성과는 대단했다. 우선 지역 미술인들이 자부심을 느낌과 동시에 참여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그리고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이 도모한 기획이라는 것 등 지역이 지닌 저력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였다.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에 대해 보자면, 작년 ‘복덕방 프로젝트’부터 호흡을 맞춰왔던 스태프진이 서서히 안정된 체계를 잡아가고 있고 현장이다 보니 작가들과 시민,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었던 미묘한 불협화음조차도 그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서 분명 세련미를 갖추어가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래도 다소 이 역설적인 표현인 ‘세련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서의 원활한 활동이란 비단 기획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합의과정과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사업적인 부문, 사무적인 태도를 벗어나 인간적이고 자연스런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하였을 때, 이에 가장 훌륭한 매개로서 ‘무등산 막걸리’에 그 영광을 돌리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세련미’를 발휘해도 채워질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이 프로젝트 지원구조, 즉 국비 지원의 한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말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회계 시스템 자체가 현금사용을 금지하고 신용카드로서 진행되는 점에서 이는 재래시장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실제 사업자등록을 하고 카드 결제가 가능한 점포는 몇 되지 않는다. 이미 시장 상인들은 이 프로젝트가 국비를 지원받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장사를 하시는 분들로서 기대하는 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시장 안에서 소비자로서 기능하는 것, 또 한 가지는 이 프로젝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시장을 방문하고 더불어 자연스럽게 장을 봐 갈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는 않다. 대인시장은 애초부터 상권을 잃어가고 있었고 또한 상품종류가 다양하지 않으며 한편으로 주변 다른 재래시장에 비해 물건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왔다. 시장 내부에서도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성과를 마냥 기대하기는 힘들다. 시장 내의 빈 점포들을 중심으로 하여 예술 활동을 펼친다고 했을 때, 시장상인들이 이례적으로 아무런 텃세 없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었던 이유는 빈 점포가 채워지는 것에 대한 호응도 있었겠지만, 한편 이러한 기대감이 끼치는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인식과 더불어 프로젝트팀은 이번 프로젝트가 일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자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진행되는 예술 활동이라는 점, 현장과의 대화를 꾀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수반해야 한다는 의식을 공고히 지니고 있다. 더불어 국비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만큼, 사회 환원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로부터 나름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가능한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이를 시에 제안서를 내고 한참 협의를 꾀하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참여하는 예술가들과의 이야깃거리를 거론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일반 레지던스 프로그램과는 달리 작가들이 한 구역에 밀집해 있지 않고 시장 곳곳에 마련된 작업실에 퍼져 있기에 관리에서 다소 힘에 부치는 측면이 있다. 다행히 이 부분은 격주마다 진행되는 '모작' 프로그램을 통해서('모작'은 작가의 프리젠테이션과 더불어 반상회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협의점을 마련해가고 있고, 또한 이는 중요한 소식을 전달하는 공식적인 창구로서 기능적인 부분이 생성되고 있다. 더불어 각종 건의 사항 및 논란들에 대해 서로 토론하며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이에 자연스럽게 공동체적인 의식도 생기고, 서로에 대한 유대감도 가족적인 분위기에 준하여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시점이다.그들 자체가 장소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시장에 들어왔고, 모두가 개별적인 자아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시장 사람들에게 녹아들고자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언제나 감사할 따름이다. 10인 남짓한 프로젝트 기획팀은 항상 점심밥을 같이 만들어 먹는다. 처음에는 비용때문이었지만 현재는 그것이 유대감 강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편이다. 이에 최근에는 작가 공용주방에서 매일 점심을 준비하고 작가분들도 함께 식사를 하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기까지 한다. 여기에는 소위 뒷담화라 불리는 ‘남걱정’도 유머러스하게 포함된다. 모두 현장에서 벌어지는 우연적인 사건들을 겪기에 그것이 다소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고 싸움까지도 불사했던 심각한 상황이었다 할지라도, 재미있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두들 서로 공유하게 되는 일종의 모험담처럼 되어간다. 웃으며 이야기 나누고 서로 놀리고 삐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등 금방 풀리는 것이다.
배우는 바가 크다. 더불어 현장에 대한 애착도 강해진다. 이것은 일로서만 쌓을 수 있는 애착이 아닌 것임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혹자가 말하듯 '머리에서 가슴으로' 기획의 일머리를 바꿔나가는 것, 현장은 이를 몸소 체험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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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최윤정은 비평도 쓰고, 기획도 하는 사람이다. 홍익대 국문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했다. 대추리 현장예술 아카이브 프로젝트(2007), 대구시립미술관의 프리오프닝 전시 ‘아트인대구’(2007), 2008년 광주비엔날레 ‘복덕방 프로젝트’의 전시 코디네이터로 활동했으며 현재 미나里의 큐레이터로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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