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pt을 이끌기 위한 고민의 과정들,
一卽多 多卽一, 공동존재의 운명에서 어떻게 자기-통치를 이뤄낼 것인가
글 ● 최윤정
독립큐레이터/
성과아카이브팀 퍼실리테이터_2016예술인파견지원사업
*이 글은 예술인복지재단의 2016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 '성과아카이브팀' 편집책자에 수록된 글입니다. 2016사업을 바라보는 성과지표에 근거하여, 성과아카이브 전시주제 및 구성 연구를 위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 사업은 예술인들에게 일상적인 창작 환경에 비견하여, ‘관계-자본-요청’이라는 주어진 조건에서 행해지는 일종의 미션을 던져준다. 미션이라는 용어가 정확하다. 개별의 ‘도전하는’ 혹은 ‘인내하는’ 양상에서 펼쳐지나, 기본 ‘협업’을 전제로 해야만 하는 결과물의 방향이 어느정도 사전에 협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개인과 잘 조합이 되는 지의 여부는 차후 잘 적응하거나 혹은 문제로 발생하는 상황들에 의거하여 확인할 수밖에 없다.
나의 고민은 예술가 개인이 해오던 작업 및 경력에 대비하여, 낯선 환경에서 협의된 가치의 팀미션을 수행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읽힐 수 있는지 다각도의 시선에서 짚는 것에서 출발한다. 성과아카이브팀은 그간 미션 수행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에 대한 관찰을 활동의 핵심으로 두고 이에 모니터링이며, 인터뷰 등을 진행해왔다. 매끄럽지 못한 상황들이 낳는 어려움들, 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정책적인 사안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고, 갈등에 대한 협의기구 -정당한(권한이 개입되는) 조직/위원회-의 필요성을 해결의 방책으로 공감하기도 하였다.
합리적인 소통과 대화의 창구는 시스템의 결합으로서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퍼실리테이터의 역할 안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당위가 있지만,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뒤섞여, 경직된 조직의 기관이나 기업과의 협업으로 ‘서로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이 명제가 참으로 어마무시하지 않은지. 다만 그 역할에 대한 책임으로 한정짓기에는 현장은 너무도 우연적이다. 무엇이 갑자기 문제화되어 튀어나올는지 언제든 방어와 조율을 할 수 있는 채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만, 몰입하는 시간적‧물리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비교적 작은 규모나 유연한 조직, 혹은 예술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는 곳들은 보다 수월하지 않을까도 싶지만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우연들은 비단 협업의 문제에서만 발생하란 법도 없다. 또한 이 경우는 ‘새로운 가치창출’의 ‘새로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다소 모호한 지점을 갖는다.
함께 예술하기(협업) / 예술적으로 변화하기(가치창출) / 예술가의 성장하기(예술가의 역량강화) / 어려움을 이겨내기(위기극복) / 더 오래 자주 만나기(지속성)
협업은 일종의 (사업의) 미션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이고, 가치창출은 사업의 목적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기관‧기업 및 예술가 모두에게 사업참여에 따른 변화의 몫을 전제로 한다. 예술가의 역량강화는 위 다섯 가지 논점 중에서 성과아카이브팀이 집중해왔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낯선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상황들에 대해 그 위기를 극복하는 것과 협업구조 내에서 성취된 프로젝트 지속성에 대한 논의는 ‘예술가의 역량강화’의 측면에 충분히 내용적으로 포함될 수 있는 항목으로 읽힌다. 굳이 창작의 순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장에서의 위기극복과 관계에 대한 지속성을 누가 이끌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주체의 문제를 또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적 실천이란 여타의 조직적인 실천과는 달리 대단히 개별적이며 다양성과 자유, 비평/비판을 전제로 하기에 이 사업의 전제로서 ‘협업’ 구조란 무엇보다도 창작활동의 범주 속에서 인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보다 유연한 구조를 위해서다. 기관‧기업의 우선적인 전제는 우선 예술가들을 주눅들게 만들 것이며, 예술가들이 도구적으로 소용되는 상황에 처하여도 그것이 마땅히 옳지 않다 수정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에 우선적으로 예술가들의 제안에 의한 능동적인 활동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장치 고안이 필요하며, 짜여지는 과정에서는 세부적인 터치가 필요한 경우 어떤 식으로든 멘토의 존재에 기댈 수 있도록 초기 프로젝트 구축 과정에서부터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정리해보자면, 협업의 주체가 이미 자본-미션-장소를 선점하는 탓에 ‘기관기업-예술가’간 소통을 동등하게 취급할 수 있다고 설정하는 것은 너무도 개인 윤리에 기대는 순진함이고, 시스템은 그리하여 예술가 실천의 방법론과 예술가 주체의 활동으로서 고안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또한 ‘멘토’ 기능은 예술가 주체로 프로젝트가 조직되고 실현될 수 있게 하는데 적절히 방향을 노련하게 이끌어주거나 기관기업간 관계적 윤리를 상호인지시키기 위함이다.
수많은 현장경험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예술가 주체가 비단 치기어린 것이 아니며, 창작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자체가 되었을 때 주변 관람자 혹은 참여자들이 입는 수혜는 그들의 필요에 의해 예술이 소용되고 동원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바라보고 스며들고 따라하고 함께 하고, 마지막으로 예술이 그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상존하게 되는 것. 자생성과 자발성과 능동성 등 자긍심의 모든 수식어들이 이 창작활동에 관여하게 되며, 다시 말하자면 모든 현장의 활동들은 예술가가(창작자체가) 주체가 되었을 때만이 모두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그것은 기대하던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굳이 5가지로 사업의 성과에 대해 논하지 않더라도 마땅한 울림을 일으킬 수 있다. 어쩌면 미션으로 전제한 협업이 단지 6개월의 이벤트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자간 그 이후를 고민하고 상상하도록 그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제도 우선 그것이다. 따라서 이 과정들을 제안하고 생산하고 분석하는 틀로서 또한 예술인복지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고찰까지도 접목할 수 있다면, 예술가들의 활동에 대한 2016성과아카이브의 주방향은 ‘예술가의 역량강화’를 그 중심에 놓지 않을 수 없다.
큰 목표로서는 예술가들의 활동이, 결합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참여기관 및 예술가 활동에 대한 인식의 지점을 ‘파견’에서 ‘창작주체’로서 바꾸는 일, 그리고 예술가 개인에게는 자기 창작과정에서 관계를 통해 공동존재로서 협업지점을 통해 작업의 계기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단순히 물리적인 생계 기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지의 의미를 넘은, ‘예술인 복지’의 의미를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 그리고 공동존재로서의 협업 활동이 개인의 존중을 기반으로 한 관계성의 영역에서 유효하며, 이것이 예술가 활동의 영역 확장 내지는 확보에 대한 요소와 직결한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
아래는 위의 고민의 과정을 거친, 거친(tough) 개념어들이다.
‘一卽多 多卽一’ : 존재론_‘공동존재’/ 실천‧목표 : ‘자기통치’
공동존재로서의 나, 관계의 통치 혹은 자기-통치에 대한 전제로서 공통으로 인식할 수 있는 ‘一卽多 多卽一 일즉다 다즉일’은 물론 불교의 존재론적 세계관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지만, 여기 열명의 사람이 있다면 나를 제외한 열명이 아니라 나를 구현한 열명이고, 나 또한 그 열명을 구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즉 단순히 개인이 모여 사회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전체)를 표현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쓰여질 수 있는 말이다. 세계 속에 처한 자신의 역할을 감지해내고, 자기에게 놓인 관계망 그 언저리에서 끊임없이 세계 속에 자신을 표현하거나 자기 존재의 메시지를 투척하는 존재들. 그 메시지란 때로 관계를 해체하거나 파괴하고 그와 동시에 또한 새로운 요구에 의한 구축과 생성으로 세계를 이어나간다. 여기서 내가 사용하는 ‘자기’는 오로지 개인을 지칭하기 보다, 전체 혹은 관계적인 문맥을 표현하는 ‘개인’의 의미이다. 세계 속에서 자신을 구현하고 표현하는 일, 관계적인 문맥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성찰하는 일 이 모두는 예술가 자신이 자기-통치의 실천을 꾀하는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 그것이 과정을 지향하고 끊임없이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을 요구하고 또한 갑작스런 확장의 단계에서 자신을 주춤하게 만들더라도, 이 모두는 ‘스스로 자각하고 조직하는 주체’로서 예술가들이 자기-통치의 기술을 습득해가는 과정이다.
一卽多 多卽一, 공동존재의 운명에서 예술가는 어떻게 자기-통치를 이뤄낼 것인가
이는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의 근간에서부터 운영방식의 시작에서부터 이끌고 가야 하는 당위로서 제안해보는 바이며, 또한 이를 전시(프로그램)개념으로 하여 예술인들의 2016년 활동을 기록하고 점검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각한 시민’, ‘조직하는 시민’, ‘정치와 권리의 주체’ 등 복지에 대한 개념을 (비용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업의 당위성과 참여자의 인식적 범위 안으로 설득할 수 있는 그러한 아카이브 전시여야 한다.
이러한 문맥을 가지고, 기획될 프로그램들이 어떤 구조를 지니고 구성되어야 할 것인지 아래와 같이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말하자면 일종의 ‘제안’인 셈이다.
< 원소스 생산 >
성과아카이브팀 활동의 시작과 함께 본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한 공동리서치가 시작된다. 리서치는 예술가가 성장하는 ‘역량강화’의 문맥 속에서 그 활동들이 읽히는 다양한 지점들을 특성별로 해석하고 이 내용을 합의하고 공유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전시의 목적과 명확한 타겟을 설정하는 데에 합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이번 성과아카이브팀들이 실제 진행을 해왔던 것으로서 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계하고 실행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생산과 방향성 설정을 의미한다.
< 프로그램 구성 및 기획의 방향 >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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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 5개팀(참여예술가 30인 정도), 주제별 팀 설치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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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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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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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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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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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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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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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간, 퍼포먼스를 결합한 ‘축제’의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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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프로그램 : ‘예술인의 역량강화’를 중심으로 하여 협업과 가치창출, 위기극복과 지속성에 대한 파트별 주제를 통해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의 향방과 정책에 대한 담론을 생산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예술가주체가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각 주제에 대한 1차적인 해석과 선언의 방식 혹은 단순한 활동기록이기보다는, 예술가 더 나아가 대중의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예술_전문기획의 영역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 전시팀 구성
1) 2016년도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의 향방과 각 기관별 예술가들의 활동을 리서치해온 ‘성과아카이브팀’ 안에서 5개의 주제(함께 예술하기(협업) / 예술적으로 변화하기(가치창출) / 예술가의 성장하기(예술가의 역량강화) / 어려움을 이겨내기(위기극복) / 더 오래 자주 만나기(지속성))를 기반으로 5개의 팀을 구성한다.
2) 5개의 팀은 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 참여했던 예술가들을 각 팀당 3~5인으로 구성하고, 방향성과 조율을 위해 성과아카이브팀의 일원이 팀리더를 맡는 방식이다. 팀리더는 각 주제별 해석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예술가들을 섭외하고 그들과 주제에 대해 심화작업을 거치면서 1개의 주제당 다양한 장르가 섞인 팀설치작을 구성한다. 시각예술, 공연예술, 출판 등이 혼합된 총 5개의 설치작이 신작으로 발표되는 형식이다. 이에 총괄기획자는 각 팀별 작품 개개에 대한 간섭보다는 주제별 조율과 가능한 실현방식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개방된 큐레이팅을 통해 5개 팀이 집중하는 담론들이 다양하게 혼합되어 구현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협의자의 역할을 지향한다.
2. 라운드테이블
전시기간을 한달 정도로 잡았을 때 4회 안으로 각 주제별 담화의 자리가 마련된다. 이는 또한 추상화된 원론을 펼치는 장이기 보다, 실제 문제가 되었던 지점 내지는 사례발굴을 통한 담화의 자리이며, 녹취 등 기록작업을 통해서 출판물을 생산한다. 이 작업은 전시프로그램의 담론을 현장의 실천적 영역에서 읽힐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갖는다. 덧붙여 이 한 달의 라운드테이블 기간은 ‘잡마켓’ 만으로 현장의 상황들을 가늠할 수 없는 예술가들에게 예술인파견지원사업의 취지와 예술가들의 활동이 갖는 연속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동시에 예술가, 재단, 기업 및 기관에 대한 멘토링으로 연결되는 맥락을 가짐으로써 2016년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출발로 연계하는 지점이 될 것이다.
3. 협업과 연계_야외 ‘잡마켓’
참여기관 및 기업이 참여하는 잡마켓이 전시오픈과 동시에 야외에서 1~2일간 이벤트로 펼쳐진다. 단순히 소개부스가 아니라, 퍼포먼스를 결합하여 기관 및 기업의 색깔과 활동의 방향성들이 참여를 원하는 예술가들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서부터 미션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활동을 ‘요청’하고 ‘설득’하는 컨셉이어야 한다. 서로의 위치를 동등하게 설정하면서도, 예술인의 활동이 도구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고민 속에서 기획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예술가들과의 협업 즉 예술가의 활동이 주축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잡마켓의 구인구직을 위한 기계적인 행사이기 보다, 그 시작에서부터 함께 하자는 ‘축제’의 장으로서 변모할 필요가 있다. 예술인복지재단 중심으로 기획을 하되, 초기 기획의 맥락에서부터 예술가 집단 혹은 성과아카이브 전시구성과 함께 논의하는 면밀한 케어가 필요하다.
위 세 가지 프로그램은 ‘공동존재 안에서 예술가들은 어떻게 자기-통치를 이루어낼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하며, ‘예술인복지’의 방향성과 그 의미를 예술가들이 주축이 되어 실현하는 입체적인 프레임으로 제시한다. 복지란 ‘수혜를 입는 것’이라는 수동적인 프레임에서 ‘상생’과 ‘경로의 확장’을 발언한다는 것. 상상만 해도 참으로 모/범/적/이/지 않은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바는 직접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기 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프레임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 제안하는 매개자들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 늘 염두에 두는 바, 할 수 있는 바가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혹은 그 모든 것 같기도 한 이 모호한 예술의 영역이야 말로 ‘일즉다 다즉일’을 구현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