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7일 토요일

월간미술11월 Review : LEE Kyo-Jun


<이교준>, 리안갤러리, 2012.9.5~10.13

글 ● 최윤정/대구미술관 큐레이터

회화의 내러티브를 제거하고 대상을 인식하는 '선과 면'의 단위성에 근거하여 독자적인 예술의지를 표해 왔던 작가 이교준, 그의 이번 개인전에 발표된 작품들은 세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우선 각 부분은 그가 90년대부터 치열하게 고민해왔던 표현에 대한 의지와 문맥적으로 일맥상통하며, 그저 신작발표이기보다 관람자를 향해서 작가 이교준을 관통할 수 있도록, 기하학적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그것들은 그의 현재에 나란히 보폭을 맞추면서도 이후 그의 평면과 입체가 어떤 입장과 방향으로 진전되어 갈지를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그의 전시작품 세 종류 중 한 측면은 색면과 색선으로 분할되고, 화면을 구성하는 여러 개의 사각 틀들이 그 배열방식에서 거두어낸, 시각적 착시로서 일종의 투시적인 운동성을 유발하고 있다. 이는 각 사각틀이 교차가 아닌 순차적으로 혹은 등차적으로 배열되면서 전면과 후면, 상하좌우의 가녀린 떨림을 감각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측면은 차가운 금속소재의 매체를 캔버스나 밑색의 용도로 활용하여 모노톤의 색채와 경계긋기에 기인한 무채색의 선이 자아내는 소품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측면은 입체물로서 사각의 일정한 틀 안에 면과 선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경계면-색면-을 강화함으로써 시야의 각도에 따라 분할된 형태를 달리 관찰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우선 금속소재를 사용한 소품은 작가 이교준이 지닌 오랜 고집의 역사에 대한 단초를 시각적으로 단호하게 보여주는 상징이자, 신작에 대한 '명제' 내지는 '공리'로서 역할하고 있었다. 작가 이교준을 독해하는, 그를 관통하는 '공리'를 함의하면서도, 그가 말하고자 한 '인식에 대한 제물음'을 통할하는 시작점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보다 시각적으로 교란하듯 긴장을 일으키는 근작들, 즉 현재의 작가를 증명하는 나머지 두 종류의 작업들은 공리에 따라 문맥적으로 정당하였고 또한 더 나아갈 수 있는 자기반성성까지도 획득해내었다.
인식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표현의지는 엄정히 그어진 선을 통해 경계를 설정해내고 그로부터 '면'을 발생시킨다. 이는 그 자체로 개체로서 '부분'이자 '단위형성' 단계와 동일하다. 우리는 이차원이든 삼차원이든 부피를 가진 사물들을 인식할 때 점,선,면의 기초단위 구성을 인식하며 그로부터 전체의 형태를 수용한다. 인간의 정신이 만들어낸 모든 문화적 요소들-그 무엇이든지 간에-에 대한 진실에 접근하고자 혹은 그로부터 각 개체가 자기인식을 꾀하며 자신에 대해 제삼자로 서는 일, 예술은 그 매개이자 진실에 접근하는 행위로서 세상에 대한 인식 자체를 내재한다. 작가 이교준에게서 그의 작업은 사물 자체를 인식하기 위한-형태적 본질을 포함하여- 일종의 방법론이자 제안이며, 또한 그만의 표현과 의지 자체로 인 것으로 여겨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