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0일 수요일

2010ArtRoadProject_for Gungdong Generation

2010ARP
'궁동 제너레이션'을 위하여

글 ● 큐레이터 최윤정 (2010ARP)


'도깨비학교와 삼총사(양수아, 배동신, 강용운),
나는 광주와 예술의 거리를 언제나 그 느낌으로 반추한다,
한 시대 '궁동제너레이션'으로서 빛깔나게 살아진
그들에게 항시 뭔가를 표하고 싶다.'



2010아트로드를 진행하면서 '예술의 거리' 고유명사에 대한 번역을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아트로드 프로젝트'라는 것은 문화예술의 각 부분을 단어로서 차용하고 이를 한 서사로 묶어 예술의 거리 곳곳을 차고 넘치고 빛깔이 돌게끔 노력해보자는 기획팀 태도에 대한 일종의 '지시어'였다.

물리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도시의 가지 중 일부인 스트릿이 예술의 거리(Art Street)에 대한 번역어로서는 무엇보다 적합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현재 예술의 거리는 도시의 한 '거리(Street)'로서는 다소 육중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말인 즉, 이곳은 전혀 발랄하지 않다. 이미 광주 문화예술계 스토리텔링 장소로서 유의미하게 여겨지고 있는 장소이면서, 전문성에 대한 숨은 인재들이 곳곳에 상존한다. 이를 연구하여 프로그램의 기초를 세울 필요가 있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어왔던 가치를 새로이 발견하자는 것이 예술의 거리에는 더욱 적합해 보인다. 여기 반드시 낯설고 젊은 기운이 수혈되어야 함은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며 필수적이다. '스트릿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이 말이 맞다. 낯선 것, 이질적인 것 또한 수혈되어야 한다. '스트릿'처럼 좀 더 발랄해져야 한다. 마치 멀리 산바람이 전해온 낯설지만 상쾌한 미풍처럼, 이것은 예술의 거리에 생동감을 안겨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일 수도 있다. 익숙한 가치에 대한 내실과 이질적인 것을 수혈하여 얻는 다양성이 동시에 발할 때 얻을 수 있는 바를 상상해보자. 항시 이질적인 것은 충돌을 가져오게 되어 있다. 다만 생산적인 충돌이라면 혁신으로 이어지며, 단 이러한 경우, 모두들 긴 시간동안 사람들의 의식 사이에서 이질적인 것의 수용이 골고루 스며들 때까지 넓은 아량을 베풀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장은 항상 너무나 조급해서 많은 것을 놓친다.

예술의 거리 아트로드 프로젝트가 단순히 이벤트에 머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고안된 프로그램이 얼마나 예술의 거리 주민들의 삶과 어우러질 수 있는지, 또 어우러지는 분위기 속에서 형성된 새로운 가치로 효과적으로 자생적 활력을 띨 수 있게 될 것인지 총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현장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개미시장1+1 의도는 좋았으되, 구체적인 실천이 부족했다. 예술의 거리 상인은 물론이고, 개미시장 참여자들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면서 더불어 예술의 거리 상인과 개미시장 참여자들의 협업을 도모하여 예술의 거리 상가에 젊은 기운을 북돋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극히 짧은 기간에 또한 광주시 및 해당기관 행정에 따른 사업자체의 지연으로 말미암아 결국은 시간적으로 형식만을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의미를 심화하고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지니, 겨우 남은 형식은 매주 스태프들의 고단함을 가중시키고 현장 일의 즐거움을 앗아가는 것뿐이었다.

우선적으로 관계지향적인 프로젝트-혹은 일정한 패턴을 지닌 삶에, 어떤 비젼을 다소 계몽적으로 주입해야 하는 프로젝트(명칭 자체가 'oo활성화 사업' 내지는 'oo특화지구 조성 사업')에서 1년 이내에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장이 화려하면 속은 텅 비고, 속이 꽉 차려면 장기를 내다보고 프로젝트의 성패를 논해야 한다. 말하자면 관계형성기, 주민참여 제안기, 프로그램 기획 및 실행. 이렇게 관계지향적인 프로젝트에서는 3단계의 과정이 필요한데, 실상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거꾸로 시행된다. 그러다 보니 초기 마찰이 심하고 결국은 연간 단위로 팀을 바꾸게 되면서, 애초의 문맥도 아이디어도 사라진다.

그러나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거리 특화프로그램으로서 주민과 기획팀 사이에서 공동 제안된 '무료감정', '경매' 프로그램이 진행된 과정은, 절차를 논외로 했을 때, 중요한 모범사례로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궁동제너레이션' 전시가 예술의 거리가 지닌 이야기와 정체성을 보여주고, 더불어 광주미술사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기에, 논의의 차원은 달랐지만, 이러한 고민을 심화하면서도 이벤트적으로 프로그램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예술의 거리 활성화 전략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예술의 거리 자체 역량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상가번영회와 공동 기획한 '무료감정'과 '경매' 프로그램은 2010ARP의 주민활동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아닐까 한다. 단, 첫 시작은 '선물'의 의미로 다소 느슨하였지만, 앞으로는 전문화된 시스템이 장착된 프로그램으로서, 예술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는 전문화/고급화 전략으로 장기간 예술의 거리를 상징적으로 랜드마크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궁동제너레이션이라는 말만큼 지금의 예술의 거리 부제로 어울리는 이름은 없어 보인다. 지금 예술의 거리에 예술의 거리에 관한 한 기억을 공유함으로써, 한 장소를 추억하는 경험과 동일한 기억의 나이를 지닌 사람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그리고 이후 궁동제너레이션의 새로운 모습을 포착하면서, 있어왔던 가치들을 발굴하는 수색과 연구가 일상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흔히들 습관적으로 말하듯 '스토리텔링'이라며, 단순화할 수 있는 개념과 차원이 다르다. 기획은 연구여야 한다.